점을 칠 때에는 거북점과 시초점을 중히 여기므로, 반드시 거북점이 사람의 뜻에 순응하고 시초점도 순응해야 비로소 길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두 점괘 가운데 하나라도 사람의 뜻에 순응하지 않거나, 혹은 둘 다 순응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흉함은 있고 길함은 없다고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홍범의 계의편에서는 거북점은 사람의 뜻에 순응하되 시초점이 거스르는 경우에도 여전히 ‘내면을 닦는 데 힘쓰면 길하다’고 하였고, 또한 거북점과 시초점이 모두 사람의 뜻과 어긋나는 경우에도 여전히 ‘고요함을 취하면 길하다’고 하였다.
이로써 길흉은 점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처신에 있음을 알 수 있으니, 성인이 남긴 훈계가 참으로 깊다.
사람이 참으로 내면을 닦고 밖으로 인위적인 일을 벌이지 않으며, 고요함을 취하고 작위를 더하지 않으며, 분수를 따르고 도리를 지킬 수 있다면, 어느 곳으로 나아간들 길하지 않겠는가?
卜筮以龜筮爲重, 故必龜從筮從乃可言吉.
복서이귀서위중, 고필귀종서종내가언길.
若二者有一不從, 或二者俱不從, 則宜其有凶無吉矣.
약이자유일부종, 혹이자구부종, 즉의기유흉무길의.
乃洪範稽疑之篇, 則於龜從筮逆者, 仍曰作內吉. 於龜筮共違於人者, 仍曰用靜吉.
내홍범계의지편, 즉어귀종서역자, 잉왈작내길. 어귀서공위어인자, 잉왈용정길.
是知吉凶在人, 聖人之垂戒深矣.
시지길흉재인, 성인지수계심의.
人誠能作內而不作外, 用靜而不用作, 循分守常, 斯亦安往而不吉哉.
인성능작내이부작외, 용정이불용작, 순분수상, 사역안왕이불길재.
<圍爐夜話위로야화>
- 복서[卜筮] 길흉(吉凶)을 점치는 것이다. 복서(卜簭)라고도 적는다. 고대에는 국가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에는 반드시 점을 쳤다. 거북 껍데기를 불로 지져 그 모양을 보고 점을 치는 것을 복(卜)이라 하고, 시초(蓍草)를 점대로 써서 치는 점을 서(筮)라 하였다. 그 상(象)과 수(數)를 보아 길흉을 정하였는데, 이를 합하여 복서(卜筮)라고 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의 자문 역할을 하던 학자나 신하들을 비유하기도 한다. 거북 껍데기로 치는 복(卜)이 먼저이고 더 정확했다고 한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점을 칠 사람을 세우고 거북점이나 시초점을 치되, 3인으로 하여금 점을 치게 하여 3인의 말이 같지 않거든 그중 2인의 말을 따라야 한다.[立時人, 作卜筮, 三人占, 則從二人之言.]”라고 하였고, 예기(禮記) 곡례 상(曲禮上)에 “귀갑으로 점치는 것을 복(卜)이라 하고, 시초로 점치는 것을 서(簭)라 한다. 복서(卜筮)라는 것은 선대의 성왕(聖王)이 백성으로 하여금 시일(時日)을 믿게 하고, 귀신을 공경하게 하고 법령을 두려워하도록 하려는 것이며, 백성으로 하여금 의심스러운 것을 결정하고 주저하며 머뭇거리는 것을 결정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스러워서 주역점을 쳤으면 비난하는 자가 없으며, 택일하여 일을 행하려고 했으면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龜爲卜, 筴爲筮. 卜筮者, 先聖王之所以使民信時日·敬鬼神·畏法令也 ; 所以使民決嫌疑, 定猶與也. 故曰: 疑而筮之, 則弗非也, 日而行事, 則必踐之.]”라고 보이며, 주례(周禮) 춘관(春官) 점인(占人)에 “무릇 복서는, 군주는 조(兆)의 상(象)을 살펴보고 대부는 조(兆)의 기색(氣色)을 살펴보고 사관은 조(兆)의 갈라진 큰 획을 살펴보고 복인은 조(兆)의 갈라진 작은 획을 살펴본다.[凡卜簭, 君占體, 大夫占色, 史占墨, 卜人占坼.]”라고 보인다.
- 복서[卜筮] 길하고 흉함을 점(占)침. 또는 그 점. 팔괘(八卦)·육효(六爻)·오행(五行) 따위를 살펴 과거(過去)를 알아맞히거나, 앞날의 운수(運數)·길흉(吉凶) 따위를 미리 판단(判斷)하는 일. 복(卜)은 불로 귀갑(龜甲)을 지져서 그 조짐을 취하는 것이다. 서경(書經) 낙고(洛誥)에 “내 이에 간수(澗水)의 동쪽을 점쳐보았다.[我乃卜澗水東]”라는 말이 있는데, 공영달(孔穎達)의 전(傳)에 “복(卜)은 반드시 먼저 먹으로 거북 복갑(腹甲)에 그리고 난 후에 지지는데 조짐이 순조로우면 먹을 먹는다.”라 하였다. 서(筮)는 시초(蓍草)로 길흉(吉凶: 휴구休咎)을 점치는 것이다. 시경(詩經) 위풍(衛風) 맹(氓)에 “그대 거북점과 그대 시초점에, 점괘에 나쁜 말 없다네.[爾卜爾筮, 體無咎言.]”라는 구절이 있는데, 모시(毛詩)의 전(傳)에 “거북점을 복(卜)이라 하고 시초점(蓍草占)을 서(筮)라 한다.”라 하였다. 또, 주례(周禮) 춘관(春官)에 “복사(卜師)는 거북의 네 가지 점조를 열어보는 것을 관장하는데, 네 가지 점조는 방조(方兆), 공조(功兆), 의조(義兆), 궁조(弓兆)이다.[卜師, 掌開龜之四兆, 一曰方兆, 二曰功兆, 三曰義兆, 四曰弓兆.]”라고 하였다. 방조(方兆), 공조(功兆), 의조(義兆), 궁조(弓兆)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 서종[筮從] 복서(卜筮)에 따름. 서종(筮從)은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네가 따르고 거북점이 따르고 시초점(蓍草占)이 따르고 경사(卿士)가 따르고 서민(庶民)이 따르면 이것을 대동(大同)이라 한다.[汝則從, 龜從, 筮從, 卿士從, 庶民從, 是之謂大同.]”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귀서[龜筮] 점복(占卜). 좋은 날을 점치는 것.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점을 쳐서 그 일의 길흉을 가리는 것. 길흉화복을 점치는 거북점과 시초점(蓍草占)을 말한 것으로, 귀(龜)는 거북껍질을 불에 태워 금이 트는 것으로 점을 치는 것이고, 서(筮)는 점대를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이다. 전하여 덕이 높고 인망이 중한 원로에 비유한다. 복서(卜筮).
- 귀서협종[龜筮協從] 귀서(龜筮)가 함께 따름. 일이 순리대로 됨.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나의 뜻이 먼저 정하여 졌고, 여럿과 상의하니 모두다 의견이 나와 같았고, 귀신에게 결정을 의탁하니 거북점과 시초점이 일치되어 나의 결정에 따랐다. 점은 길하면 거듭 치지 않는다.[朕志先定, 詢謀僉同, 鬼神其依, 龜筮協從. 卜不習吉.]”고 하였다. 옛날에 국가에서 큰일을 경영할 때에는 반드시 점을 쳤으니, 거북으로 점치는 것은 복(卜)이고, 시초(蓍草)로 점치는 것은 서(筮)이다.
- 홍범[洪範] 서경(書經) 주서(周書)의 편명(篇名)이다. 홍(洪)은 대(大)이고, 범(範)은 법(法)이니, 천하를 다스리는 큰 법이라는 뜻이다. 모두 9조목으로 되어 있어 구주(九疇) 또는 홍범구주(洪範九疇)라고도 한다. 원래는 우(禹) 임금 때 낙수에서 나온 신귀(神龜)의 등에 있었다는 9장(章)의 문장이다. 상서(尙書)의 소(疏)에 의하면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정벌해 주왕(紂王)을 죽이고서 기자(箕子)를 데리고 호경(鎬京)으로 돌아와서 천도(天道)를 묻자, 기자가 홍범(洪範)을 진술하였다’고 하였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의 채침(蔡沈) 주(注)에 “한지(漢志)에 ‘우(禹) 임금이 홍수를 다스림에 하늘이 낙서(洛書)를 내려 주므로 이것을 받아 진열하니, 홍범(洪範)이 이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사기(史記)에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세우고 기자(箕子)에게 찾아가 천도(天道)를 묻자, 기자가 홍범(洪範)을 말했다.’라고 하였다.……짐작컨대 홍범은 우 임금에게서 나왔는데, 기자가 이를 부연하고 보태서 이 편(篇)을 이룬 듯하다.”라고 하였다. 서경(書經) 홍범에는 우(禹)가 상제에게서 받았다는 ‘아홉 가지 큰 규범[洪範九疇]’이 제시되어 있는데, 첫째는 오행(五行)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다섯 가지 물질을 가리킨다. 둘째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일, 즉 오사(五事)이고, 셋째는 여덟 가지 정사, 즉 팔정(八政)이고, 넷째는 다섯 가지 기율, 즉 오기(五紀)이고, 다섯째는 임금의 법도, 즉 황극(皇極)이고, 여섯째는 세 가지 덕, 즉 삼덕(三德)이고, 일곱째는 점을 쳐서 의심나는 일을 밝혀내는 일, 즉 계의(稽疑)이고, 여덟째는 하늘이 내리는 여러 징조, 즉 서징(庶徵)이고, 아홉째는 다섯 가지 복과 여섯 가지 곤액, 즉 오복육극(五福六極)이다.
- 홍범[洪範] 천하를 다스리는 대법(大法)이라는 뜻으로, 아홉 가지가 있다 하여 홍범구주(洪範九疇)라고도 한다. 우(禹)가 홍수(洪水)를 다스린 후 낙수(洛水)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있었다는 구장(九章)의 천하를 다스리는 대법(大法)으로 은(殷)이 망하자 기자(箕子)가 무왕(武王)을 위하여 세상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아홉 가지 전래의 대법을 연역(演繹)하여 설명하였다.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첫 번째는 오행(五行), 두 번째는 공경하되 오사(五事)로써 하는 것, 세 번째는 농사에 팔정(八政)을 쓰는 것, 네 번째는 합함을 오기(五紀)로써 하는 것, 다섯 번째는 세움을 황극(皇極)으로써 하는 것, 여섯 번째는 다스림을 삼덕(三德)으로써 하는 것, 일곱 번째는 밝힘을 계의(稽疑)로써 하는 것, 여덟 번째는 상고함을 서징(庶徵)으로써 하는 것, 아홉 번째는 향함을 오복(五福)으로써 하고 위엄을 보임을 육극(六極)으로써 하는 것이다. 서경(書經) 주서(周書) 홍범(洪範)에, 기자(箕子)가 주 무왕(周武王)에게 말하기를 “하늘이 우(禹)에게 큰 규범 아홉 가지를 내리시어 일정한 윤리가 베풀어졌습니다. 첫째는 오행(五行)이요, 둘째는 다섯 가지 일을 공경히 행하는 것이요, 셋째는 여덟 가지 정사를 힘써 행하는 것이요, 넷째는 다섯 가지 기율을 조화되게 쓰는 것이요, 다섯째는 임금의 법칙을 세워 쓰는 것이요, 여섯째는 세 가지 덕을 다스려 쓰는 것이요, 일곱째는 의문을 물은 것을 밝혀 쓰는 것이요, 여덟째는 여러 가지 징험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요, 아홉째는 다섯 가지 복을 길러 쓰는 것과 여섯 가지 궁함을 위압하여 쓰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 계의[稽疑] 의문을 상고함으로, 복(卜)과 서(筮)의 점을 치는 사람을 임명하여 점을 치게 하는 것. 의심나는 일을 신명(神明)에게 거북점[卜]과 시초점[筮]으로 물어보는 것을 말하는데, 서경(書經)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일곱 번째이다. 홍범(洪範)은 하(夏)나라 우왕(禹王)이 홍수를 다스렸을 때 하늘이 낙서(洛書)를 내려주었는데 이를 본받아 배열한 것이라고 한다. 고문상서(古文尙書)와 금문상서(今文尙書)에 모두 있다. 홍범(洪範)은 ‘천하를 다스리는 대법(大法)’이라는 뜻이다. 주 무왕(周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이긴 뒤에 기자(箕子)를 찾아가 천도(天道)에 대해 묻자 기자(箕子)가 일러준 오행(五行), 오사(五事), 팔정(八政), 오기(五紀), 황극(皇極), 삼덕(三德), 계의(稽疑), 서징(庶徵), 오복(五福)․육극(六極)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순서대로 수록한 것이다.
- 귀종서종[龜從筮從] 서경(書經) 홍범(洪範) 계의(稽疑)에 “네가 따르고 거북점이 따르고 시초점이 따르고 경사가 따르고 서민이 따르면 이것을 대동이라 하니, 몸이 건강하고 자손이 길(吉)함을 만날 것이다.[汝則從, 龜從, 筮從, 卿士從, 庶民從, 是之謂大同, 身其康彊, 子孫其逢吉.]”라고 한 구절에서 따온 표현이다.
- 귀종서역[龜從筮逆] 서경(書經) 홍범(洪範) 계의(稽疑)에 “그대도 찬성하고 거북점도 찬성하지만, 시초점이 반대하고 경사가 반대하며 서민도 반대할 경우가 있다. 이런 때에는 안의 일을 하는 것은 길하지만 밖의 일을 하는 것은 흉하다.[汝則從, 龜從, 筮逆, 卿士逆, 庶民逆, 作內吉, 作外凶.]”라는 말이 나온다. 서경집전(書經集傳)의 주석에는 “거북점의 결과는 좋다고 나오고 시초점의 결과는 불가하다고 나오는 경우는 있어도, 시초점의 결과는 좋다고 나오고 거북점의 결과는 불가하다고 나오는 경우는 없는 것은, 거북점을 성인이 더욱 중시하기 때문이다.[有龜從筮逆而無筮從龜逆者, 龜尤聖人所重也.]”라고 하였다.
- 귀서공위[龜筮共違] 서경(書經) 홍범(洪範) 계의(稽疑)에 “그대도 찬성하고 거북점도 찬성하지만, 시초점이 반대하고 경사가 반대하며 서민도 반대할 경우가 있다. 이런 때에는 안의 일을 하는 것은 길하지만 밖의 일을 하는 것은 흉하다. 거북점과 시초점이 모두 사람의 뜻과 어긋날 경우, 조용히 일을 하면 길하고 일을 일으키면 흉하다.[汝則從, 龜從, 筮逆, 卿士逆, 庶民逆, 作內吉, 作外凶. 龜筮共違于人, 用靜吉, 用作凶.]”라고 하였다.
- 용정길[用靜吉] 가만히 있는 것이 길하다. 지금은 때가 좋지 않은 만큼 이러한 때에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길함을 말한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보이는 내용으로, “거북점과 시초점이 사람의 뜻과 위배될 경우에 일상적인 생활에는 길하고, 무슨 일을 일으키는 것은 흉하다.[龜筮共違於人, 用靜吉, 用作凶.]”라고 하였다.
- 용작[用作] ~로 쓰이다. ~로 삼다. 의도적으로 ~을 하다. 작위(作爲)를 쓰다.
- 작위[作爲] 인위적인 행위. 의식적으로 행동함. 의식적으로 행한 적극적인 행위. 의식적으로 한 행동.
- 순분[循分] 본분을 지키다. 분수에 만족하다. 안분(安分).
- 수상[守常] 일정한 도리를 지킴. 상법(常法)을 고수하다.
【譯文】 禍者福所依, 福者禍所伏.
在古代占蔔, 是以龜甲和蓍草爲主要的工具, 因此, 一定要龜蔔及筮古皆贊同, 一件事才可稱得上吉. 如果龜和蓍中有一個不贊同, 或是兩者都不贊同, 那麼事情便是凶險而無吉兆了. 但是尚書洪範稽疑篇中, 則對於龜蔔贊同, 蓍草不贊同的情形, 視爲做內面的事吉祥. 即使龜甲和蓍草占蔔的結果都與人的意願相違, 仍然要說無所爲則有利. 由此可知, 吉凶往往決定在自己, 聖人已經教訓得十分明白了. 人只要能對內吉外凶的事情在內行之而不在外行之, 對於完全與人相違的事守靜而不做, 安分守己, 遵循常道, 那麼豈不是無往而不利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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