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 그림자 뜰을 쓰는 밤 ―
그대
바람이고 벌판이자면
그래
바람이고
벌판이 되자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니고
우리도 아니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그런 사이도 아니다 ―
그대, 바람 한다면
즐거이 울어서 스쳐보내자
내가 뭐냐고
네가 뭐냐고 상관 말라면
그저 웃으며 돌아서 주자
언젠가 울음이 웃음이 되고
웃음이 울음이 되는 날
낙엽이 돋아나고
파란 휘파람을 불 수 있는 날
그대
바람 되어 불어올까.
스치는 사람
스치는 사람
그대는 정녕 스치는 사람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