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가 내가 아닌가
저 마냥 쬐그만 책보를 메고
도시락 딸각이는 책보를 둘러메고
웃으며 건너오는 저 얼굴이
바로 내가 아닌가
징검징검 징검다리 건너오다가
작아지는 지 얼굴이 무서워서
뒤돌아 건너가는 저 아이가
갈수록 커지는 지 얼굴이 무서워서
뒤돌아 건너오는 저 아이가
자꾸 작아지는 지 얼굴이 무서워
뒤돌아 건너가는 저 아이가
돌아가다 커지는 지 얼굴이 무서워
눈감고 뒤돌아 뛰어오다가
물에 빠져 흐트러진 얼굴을 보고
고무신 손에 쥐고 막 달아나는
뒤도 안보고 막 달아나는
저 아이가 바로 내가 아닌가
도시락 딸깍이는 책보를 등에 메고
고무신 움켜쥐고 막 달아나는
저 아이가 바로 내가 아닌가.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