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길을 걸었다.
때 늦은 재회에
격한 포옹도 당연하련만
덤덤한 척 담담한 척 그냥 걸었다.
때 이른 아카시아 한 나무 피고
층층나무 이팝 조팝 향기 하야니
튜울립 핀 파란 길을 하냥 걸었다.
보리술 한잔한잔 두잔 마시고
여기가 내 집인가 저기가 내 집인가
아련한 자물쇠는 어디 걸렸나
내려오는 길에는 터벅터벅
어찌 못한 서글픈 이별도 들었다.
장충동에 족발에 소주 적시고
자유의 감옥에 하냥 갇혔다.
시간은 어김없이 빨리 가더라.
취하는 건 술만이 아니더라.
왔으니 가야지 왔으니 가야지
잡을 수 없는 것이 시간만은 아니더라.
온기도 없이 향기도 없이
한 올 두근 한 올 두근 두근두근
머리카락 세 올만 남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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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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