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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자라


산골 고향집 옆 개울 웅덩이

자라 한 마리가 있더랍니다

쬐그만 자라가 있더랍니다

어디서 왔는지 언제 왔는지

어느 날 눈에 띄더랍니다.

 

햇살이 따스한 오후쯤이면

머리 내밀고 햇볕 쬐다가

어머니 발소리에 숨어버리고

그대로 가만히 앉아 계시면

잔자갈 틈으로 머리 내밀고

빤히 어머니를 바라보더라는

 

우리 자식들 잘들 있다니

어째 하나도 소식 없다니

 

어머니가 한 마디쯤 말을 건넸을

몇 마디쯤 말귀를 알아들었을

그 놈이 어느 날 없더랍니다

온 개울을 다 뒤져도 없더랍니다.

 

바람은 빈 가지에 찢기어 울고

가랑잎 이리저리 흩날리는데

 

뭐라 물어 갔나

오디 갔다니

 

오랜만에 찾아 본 고향 모습이

개울가에 앉아 계신 그 뒷모습이

혼자 두런거리시던 그 목소리가

돌아오는 내내 눈에 밟혔습니다

살아오는 내내 귀에 맴을 돕니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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