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이곳을 살다간
넋이 아닐까.
다시 생명으로 깃들고자
너울너울 소복 입고 펄펄 나리는
사람도 있고, 벌레도 있고, 꽃잎도 있고
나리며 나리며 스러지기도 하고
내리어 앉자마자 짓밟히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내리기도 하고
쓰레기통에 내리기도 하고
그럭저럭 한 계절을 다 보내고
더러워진 몸으로 뭉개졌다가
봄 햇살에 흙탕물로 사라지기도 하고
가븟가븟 너울너울 나리는 꼴이
다시 생명으로 움트고 싶은
무슨 아쉬움 그리도 많은
한 때, 이곳을 살다간
넋이 아닐까.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