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해를 다시 산다면
봄에서 겨울까지
따스한 햇살부터 눈보라를
다시 맞을 수 있다면
토실한 흙에 발을 묻고
새 잎 돋아나는 파르른 봄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소나기 내린 뒤 골안개 속에
다시 묻힐 수 있다면
비어 가는 들 한 귀퉁이
노란 들국화 깊은 향기에
흠씬, 취할 수 있다면
매운 추위 속 야무진 잎눈 보며
가슴 부풀 수 있다면
벚꽃 날리는 자갈길로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 재깔거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이 시린 옹달샘 물 한껏 마시고
가재걸음을 즐길 수 있다면
그 때, 흰 구름 샘물을 흐트린다면
내가 한 해를 다시 산다면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