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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가을


아버지 지게 지고 산에 가시고

어머니 비탈밭에 깨를 터시고

형과 나는 억새 꽃대를 뽑아

하늘 멀리 날리던 시절

구절초 들국화 흐드러지고

누래가는 풀을 뜯는 한가로운 소

나뭇잎은 울긋불긋 햇살에 지고

산골 가을 해는 빨리도 지고

저물어야 돌아오신 아버지의

산더미 같은 나뭇짐보다

살짝 지른 깨금나무 풋가지가 더

무거워 보이던 어린 시절

누룽지 긁는 소리가 또

행복이었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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