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어 자려니
서늘한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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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창문을 닫다가
E.T인가
둥글고 큰 얼굴에 목 긴 앉은뱅이가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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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노란 박스테이프 감고도
여름내 베란다에 가부좌 틀고 앉아
이런 바람 저런 바람 디밀어 줬는데
이제 살 만하다고 까맣게 잊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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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두고 자면
문을 두드릴 것 같아
전깃줄 목에 둘둘 감아 들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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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다는 것은
너나 나나 서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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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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