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울 / 이정록
허리를 펴면 덩달아 일어나는 앞산 지팡이 딛는 곳마다 콩을 심었으면 온통 콩밭이 되었을 마을 일하지 않으면 외려 병이 도진다는 그가…
허리를 펴면 덩달아 일어나는 앞산 지팡이 딛는 곳마다 콩을 심었으면 온통 콩밭이 되었을 마을 일하지 않으면 외려 병이 도진다는 그가…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 가을은 다시 올 테지 – 다시 올까? 나와…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詩人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 70년 추일(秋日)에 — –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그 길을 다시 가면 봄이 오고 – 고개를 넘으면 여름빛 쬐인다. – 돌아오는 길에는 가을이 낙엽 흩날리게 하고 – 겨울은…
봄은 작은 풀씨를 깨우기 위해 간밤에 비를 내렸다 생명인양 묻어 두면 싹을 틔우는 봄 가슴에 묻어 둔 것들을 틔우려 하네.…
일곱 고개를 넘어야 닿는 어머니 친정집에서 모내기한다는 기별을 보내오곤 했다 모내기철은 꽃게가 살지는 계절 외 할아버지는 갯가로 출가한 맏딸을 기다렸다…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박을 삼는 집 할아버지와 손자가 올은 지붕 웋에 한울빛이 진초록이다 우물의 물이 쓸 것만 같다 – 마을에서는 삼굿을 하는 날…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 그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