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방주方舟
봄이면 묵은 다랑이에 물을 가두고 논마다의 개구리 알을 떠다 올챙이로 정성스레 기르는 형은 논갈이에 묻히는 올챙이가 알인 채 먹히는 개구리가…
봄이면 묵은 다랑이에 물을 가두고 논마다의 개구리 알을 떠다 올챙이로 정성스레 기르는 형은 논갈이에 묻히는 올챙이가 알인 채 먹히는 개구리가…
몸 아프다 아내는 처가에 가고 눈 내리는 저녁을 혼자 맞았다 남다르게 사는 것이 어렵다지만 남들처럼 살기도 어렵구나 앞날이 뻔한…
짐 지운 사람은 없었건만 스스로 짐을 지고 무거워 한다 벗어버려 누구 하나 뭐라 않건만 무거운 짐 벗지 못해 괴로워 한다…
며느리도 할머니인 그 할머니 둥지에서 잘못 나온 새끼 새 같은 산동네 양달 벽에 쪼그려 앉아 아침마다 햇볕 쬐는 그 할머니…
가둔 화분보다 둥치가 더 큰 나무가 죽었다 보기에 안돼서 나무를 뽑았다 그 큰 화분에 남은 것은 몇 줌의 흙 이따금…
시를 팔아서 책값을 하고 약초를 캐어 술값을 하고 새암을 파서 목을 축이고 농사를 지어 배불리 먹고 품을 팔아서 자식 키우고…
논마다 모내기 끝나갈 때면 엄니 따라서 두렁콩 심었지 매끈한 논두렁 작대기 콕콕콕 엉아가 앞서서 구멍을 파면 엄니가 구멍에 검정콩 쏙쏙쏙…
가을비 밤새 내려 촉촉 젖은 땅 술에 취한 잠 속에서 황소 꿈을 보았더니 응달마다 이끼는 다시 푸르고 햇살 받은 가지마다…
창 밖의 가을을 보듯 눈 밖의 나이를 본다. 가을 비바람에 낙엽이 지듯 세상 비바람에 꿈이 우수수 내가 사는 철은 어느…
높은 축대 위 쓰러질 듯 집 한 채 부여안고 오르는 담쟁이의 몸부림 푸르고 누르고 불그레하니 색깔마다 맑고 고운 비에 씻긴…
오늘 하루도 힘들었구나 곤히 자는 아내의 모습을 보다 뭔지 모를 것이 북받친다. 이제는 혼자 아닌 둘이 하나로 남은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