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봄
가만히 귀 기울여 봄이 오는 소리 들어 봐 얼음 녹은 물 내 이뤄 흐르며 버들강아지 간지르는 속삭임 노랑나비 한 마리…
가만히 귀 기울여 봄이 오는 소리 들어 봐 얼음 녹은 물 내 이뤄 흐르며 버들강아지 간지르는 속삭임 노랑나비 한 마리…
부지런히 낫을 갈아 이슬 참에 산골 다랑논에 혼자 나가자 한나절은 벼를 베고 반나절은 볏단 내고 나머지 반나절은 남은 햇볕 동무…
이슬아침 옅은 안개에 싸여 이슬받이 샛길 걸어 배추밭 가에 서면 반빗사리 황토배기 한 뙤기가 깊은 연못처럼 숨을 쉬었다. –…
내가 산다는 것은 봄이 오면 새싹이 돋고 가을되면 잎이 지는 것이다. 눈을 뜨면 힘이 들어도 눈 감으면 꿈도 꾼다는 것이다.…
책가방 딸각이던 어린 시절 학교 가는 사오리 신작로에는 노란 솔잎이 깔려 있었지 하얀 서리가 햇살 젖으며 비단 같은 길이 열리어…
사그락사그락 바람은 가랑잎 뒤지며 가고 흰눈은 그 위를 나리어 덮네 세상은 밤의 품에 안기고 방안엔 노오란 등불 조는데 어디에 숨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아 한 해를 다 살고 어디로 갔나 봄빛이 흥에 겨워 꽃 피우고 여름 햇살 따가와 꽃 봉우리…
아버지 지게 지고 산에 가시고 어머니 비탈밭에 깨를 터시고 형과 나는 억새 꽃대를 뽑아 하늘 멀리 날리던 시절 구절초 들국화…
내가 한 해를 다시 산다면 봄에서 겨울까지 따스한 햇살부터 눈보라를 다시 맞을 수 있다면 토실한 흙에 발을 묻고 새 잎…
나는 한심한 산까치이다. 기억이 떨어지는 산까치이다. 두고 먹으려고 나무구멍에 남은 도토리를 숨기어 두고 돌아서 그 자리를 잊어버리는 겨우내 굶주리며 찾아다니는…
웃자면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 왜 찌푸리고 사나 눈과 귀는 마음의 언저리 마음 멀리 무얼 느끼나 세상은 보이는 그대로…
비인 산골 빈 집 빈 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똑 딱 똑딱 시계 소리 한기에 떠밀려 뜰에 나서면 따스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