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시拙詩
천안함
봄 삼월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더니 바다에서 퍼런 동백꽃을 건졌네 북풍에 뚝뚝 졌다거니 남풍도 그 때 불었다거니 천하의 번잡한 네거리에서 이리저리…
소나기 – 여름 오후
바람이 앞서가니 흰구름이 따라가고 – 울먹이는 먹구름은 마지못해 딸려가네. – 저러다 저 산 넘기도 전 눈물 한바탕 쏟을라 – 마음…
칠갑산
뻐꾸기 산울림에 산복숭아 꽃은 지고 가지마다 환하게 새 잎이 핀다….
동지冬至
딸내미 줄 붕어빵을 사다가 죄송하다. 따뜻하게 품에 품어 가져가야지 야코! 야코! 냠냠짭짭! 잘 먹겠지 산골짝엔 부엉이가 울고…
빙그럽다
차를 타고 굽은 길 빙글 돌면 빙그럽다. 춤추자고 손잡고 뱅글 돌다 빙그럽다. 고추먹고 맴맴 맴돌다가 빙그럽다. 네…
크레용
딸내미 스케치북 사다가 생각이 난다. 여덟째 막내가 크레용이 서러워 색깔도 대충 없고 남은 것도 몽당인 크레용이 서러워 학교 가지 않겠다고…
봄 바람
대숲에 바람 불어 복숭아 꽃이 지나 솔숲에 바람 불어 내 마음이 날리나 – 안상길 –
산동네에서
뭔 가을날이 여름 같더니 나뭇잎 푸른데 달은 하얗다. 십자가 단풍은 물결지는데 세상은 언제나 구원을 받나… 집으로 가는 길이…
콩밭의 허숭애미
콩 심으면 산비둘기 콩 싹 반은 목따먹고 콩 잎 피면 산토끼 콩잎 반은 새겨먹고 콩 열면 산노루 풋콩 반은 훑어먹고…
늦가을 배추밭
서리의 침습으로 천지가 붉게 누렇게 물들었다. 마지막 힘을 쓰는 가을 물도 붉게붉게 만 리를 흐른다. 산골짝 비탈 밭 배추들만이 전쟁을…
행화촌杏花村
살구나무 몇 가지에 꽃 여남 송이 이리저리 날린다 서너 이파리 친구는 어디 갔나 바람이 분다. – 안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