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서 / 김윤성
낮잠에서 깨어보니 방안에 어느새 전등이 켜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어딘지 먼 곳에 단란한 웃음소리 들려온다. – 눈을 비비고 소리 있는…
낮잠에서 깨어보니 방안에 어느새 전등이 켜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어딘지 먼 곳에 단란한 웃음소리 들려온다. – 눈을 비비고 소리 있는…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생각해 보면, 딱 한 번이었다 내 열 두어 살쯤에 기역자 손전등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푸석하고 컴컴해진 초가집 처마 속으로…
호텔도 아니고 여관도 아니고 주머니 탈탈 털어 여인숙에 들었을 때, 거기서 내가 솜털 푸른 네 콩 꼬투리를 까먹고 싶어 태초처럼…
사나운 뿔을 갖고도 한번도 쓴 일이 없다 외양간에서 논밭까지 고삐에 매여서 그는 뚜벅뚜벅 평생을 그곳만을 오고 간다 때로 고개를 들어…
빨간 덩굴장미가 담을 타오르는 그 집에 사는 이는 참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 낙엽이 지고 덩굴 속에 쇠창살이 드러나자…
어머니도 없이 들판에서 벼가 익는다 – 통통한 수수목 살찐 참새 들판에 고추잠자리가 떴다 – 오래 전에 난 어머니를 보고 이제…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내(川)를 건너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불과 열 집 안팎의 촌락은 봄이면 화사했다. 복숭아꽃이 바람에…
무딘 부엌칼 같은 언니는 서울 자랑을 하지 않았다 무릎걸음으로 둥기적거려도 어느새 나물바구니가 그들먹해지는 언니는 서울에서 공장살이 몇 년에 돈 한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월수 30만원을 받아 쥐고 집으로 가는 저녁 눈이 내린다 우리들 삶의 무게 만큼 덧없고 헐거운 것들이 어깨 위에 쌓인다 포장마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