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시拙詩

가고 가다보면 언젠가는 가지겠지   가고 가서보면 아쉬움도 생기겠지   퐁퐁 샘을 파면 하늘 내려 놀다가고   노루도 멧돼지도 어슬렁…

찌를레 찌를레 날 꺾으면 찌를레 꺾이려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자식들 바람처럼 휘~잉 왔다가 가고 구멍 뚫린 그루터기 어머니는 우두커니 뒷모습만 보고 계셨다. – 이 밤 옆 산에는 노루 한…

새벽 달 하이 밝아 추억 밟아 나섰더니   아직도 기다리냐고 귀뚜라미 귀뚤귀뚤   그 날 밤 그 메밀밭 달과 함께…

비가 내린다. 자박자박   어디로 데려가니 보쌈한 겨울을   눈트는 라일락 가지가 설렘으로 건들댄다.   – 안상길 –  

겨우내 참았던 눈이 내렸다. 열 네 해 다섯 발자국 점점이 찍힌 눈 밭 위에 붉은 동백꽃 두 송이가 떨어졌다.  …

양지바른 비탈 밭에 녹 슨 호미 하나 하늘 보고 누워있다. – 이 장 저 장 소장수 오십년에 다리 절던 주인이…

울컥 치민다. 미친 그리움 없었던 듯 잊었던 수줍은 얼굴 겨울 들길 위에 웃으며 온다. 너도 가고 나도 가고 늙어 가는데…

너를 그만 떨어 보내러 왔지 땅 끝 남쪽 명사십리 바닷가에 너랑 한 번 살아보러 왔지 천방지축 반짝이는 아이들과 전전반측 그늘…

뭣한 밤꽃 내 달빛 타고 흐르고 무논에 개구리 아우성 인다.   집 떠나 세상돌이 삼십 여 세월 잃었네, 얻었네, 돌아오리라…

하늘로 솟구치던 황금물고기 가을바람 한 자락에 수수수수 황금비늘 펄펄 떨구고 앙상한 가시마다 빨판처럼 아스라한 봄꿈만 돋웠다. – <안상길> –

힘들다 말자. 저 축대 틈 주렁주렁 구기자 줄기를 봐라.   큰 놈 이기니 덤빌 놈 없고 척박하니 머리 디미는 놈…